카테고리 없음

좋아요 없이 살아보기: 타인의 반응이 사라진 일상

서니입니다 2025. 6. 16. 11:04

좋아요 없이 살아보기: 타인의 반응이 사라진 일상

 

좋아요 없이 살아보기: 타인의 반응이 사라진 일상

1. 반응 없는 세계에 혼자 남겨졌을 때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나는 여전히 이 행동을 할까? 질문은 어느 날 문득 그렇게 찾아왔다.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의 시간이 누군가의 ‘반응’을 상정하며 흘러갔다는 것을 깨달은 건, 좋아요를 신경 쓰지 않기로 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예전 같으면 아침에 마신 커피도, 퇴근길에 본 하늘도, 읽고 있는 책의 밑줄 한 구절도 모두 사진이 되어 어딘가에 공유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내 감탄도, 깨달음도, 고요한 생각들도 모두 나 혼자만의 것이 되었다.

 

그 공백은 처음엔 낯설고 허전했다.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감각은 어쩐지 내가 투명인간이 된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처럼, 관객 없는 공연을 이어가는 일상은 ‘이걸 굳이 해야 하나?’라는 회의를 동반했다. 예쁘게 차린 식사도, 정돈된 방도, 퇴근 후의 산책도, 기록되지 않는 순간은 허무한 것처럼 느껴졌다. '보여줌'이 없으니 의미도 줄어든다는 착각. 사실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보여지는 나'에 기대어 살았는지를 비로소 인식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묘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내가 무엇을 하든, 아무도 그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 점차 편안하게 느껴졌다. 좋아요와 댓글의 수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 그건 생각보다 큰 해방이었다. 내가 찍는 사진은 이제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조금 흔들려도 좋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증명’이 아닌 ‘기억’이기 때문이다. 반응 없는 세계는 나를 외롭게도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오롯이 홀로 서게 만들었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감정의 온도를 진짜로 느끼기 시작했다.

 

2. ‘좋아요’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진짜 감정들


좋아요는 언제부터 내 감정의 척도가 되었을까. 이 글이 몇 명에게 도달할까, 이 사진은 몇 개의 하트를 받을까. 어떤 날은 그 숫자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누군가의 짧은 반응 하나에 들뜨거나, 아무런 댓글 없이 지나간 게시물 하나에 괜히 마음이 씁쓸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타인의 반응은 나의 감정을 결정지어왔고, 나는 점점 내 마음을 감각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좋아요가 사라진 이후, 감정은 더디게 흘렀다. 한 장의 사진을 올리지 않음으로써, 나는 그 감정의 여운을 나 스스로 붙잡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란 생각보다 깊고 조용했다. 예를 들어 가을 저녁의 황금빛 노을을 바라보는 순간. 이전에는 ‘이건 정말 예쁘니까 공유해야 해’라는 반응이 먼저였지만, 이제는 그 감정이 내 안에서만 조용히 번졌다. 타인의 박수를 상상하지 않아도, 그 순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감정은 외부에 내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슬픔도 기쁨도, 허무도 감탄도. 좋아요의 껍질을 벗기고 나니, 감정은 더 솔직해졌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조절할 필요가 없는 감정은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SNS 없이 살아보는 이 짧은 실험은, 결국 내가 나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묻는 일이다. 반응 없는 감정의 세계에서 나는 조금씩 진짜 나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3.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그것은 조용하고 단단했다


좋아요 없는 삶은 나를 나에게 되돌려주었다. 모든 반응이 사라진 자리,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타인의 피드백 없이 오롯이 판단해야 하는 순간들. 그것은 일종의 훈련이었다. 스스로를 기준으로 삼는 연습, 외부가 아닌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여전히 나를 기쁘게 했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서 책을 읽는 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순간, 음악 한 곡에 눈을 감고 빠져드는 오후. 그것들을 기록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좋아요’를 받지 않아도, 그 모든 순간은 여전히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했다. 나는 내가 나에게 ‘좋아요’를 눌러주기 시작했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만족과 감정에 따라 나를 인정하는 방법. 그것은 조용하고 단단한 감정이었다.

 

좋아요 없이 사는 삶이 계속 가능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실험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온라인의 세계로 돌아가더라도, 이제는 예전과는 다른 마음일 것이다. 더 이상 반응에 목을 매지 않고, 덜 흔들리며, 스스로의 만족을 조금은 믿을 수 있는 마음. 타인의 반응이 사라진 그 빈자리를 통해, 나는 나 자신이라는 가장 중요한 관객을 다시 만났다.

 

좋아요는 사라졌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삶을 좋아한다. 그건 아주 조용하고, 그러나 더 진실한 이야기다.